오늘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다. 공부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한 문제를 붙잡고 딴생각을 오래 했기 때문이다. 분명 글자를 읽고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지나간 대화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가 번갈아 나타났다. 나는 가끔 생각만으로 하루의 절반을 살아 버리는 것 같다.

저녁에는 자격증 문제를 몇 장 풀었다. 틀린 문제 옆에 빨간색으로 표시해 두었는데, 페이지마다 작은 상처가 생긴 것처럼 보여서 조금 속상했다. 그래도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이제는 어렴풋이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천천히 가고 있어도, 멈춘 건 아닌가 보다.

공부를 마치고 창문을 열었더니 생각보다 바람이 서늘했다. 계절은 내가 고민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자기 속도로 잘도 흘러간다. 나도 모든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조금 서툰 채로 다음 계절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