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편 — 닿을 수 없는 문

에를리퀸의 아침은 소르피갈보다 늦게 찾아왔다.

해가 이미 성벽 위로 떠올랐는데도 좁은 골목에는 밤의 그늘이 남아 있었다. 여관 밖으로 나서자 차고 축축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었고, 마주치는 이들마다 우리를 힐끗 바라본 뒤 서둘러 시선을 거두었다.

나는 배낭 끈을 고쳐 메었다.

그 안에는 아가르가 돌려준 양피지 두루마리가 들어 있었다. 이제 우리가 찾아가야 할 사람은 더스크에 있다는 텔고란이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점에서 얻은 정보도 별 도움이 안 됐어.”

브람이 말했다.

“더스크가 동쪽 어딘가에 있다는 말뿐이야. 어떤 사람은 사막 가운데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밤이 끝나지 않는 도시라고 하더군.”

“밤이 끝나지 않는 도시라…….”

미라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낭만적으로 들리네요.”

엘리안의 말에 실렌이 차갑게 대꾸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그런지는 모르지.”

가레스는 도시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지나온 C-1으로 돌아간 뒤 더 동쪽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더스크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준비도 없이 출발할 수는 없어. 먼저 에를리퀸 주변부터 살펴보자. 안전한 길과 쉴 곳을 알아두지 않으면 양피지는커녕 우리 목숨도 더스크에 닿지 못할 거야.”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에를리퀸을 떠나기 전에 도시 아래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도시 한쪽 구석에서 발견되었다.

소르피갈의 지하 통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계단의 석재는 훨씬 매끄러웠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에 닳은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일정한 크기와 형태로 잘라낸 돌들이 한 치의 틈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벽에는 횃불을 걸 만한 자리조차 없었다.

미라가 작은 불빛을 불러냈다.

희미한 빛이 지하 통로를 밝혔다. 벽은 축축하지 않았고, 바닥에도 먼지가 거의 없었다. 버려진 지하 감옥보다는 지금도 누군가 관리하는 시설처럼 보였다.

“조심해.”

실렌이 말했다.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도 곧 그 소리를 들었다.

지직.

짧은 침묵.

지지직.

번개가 돌 틈을 기어 다니는 듯한 소리였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에는 하나의 긴 복도가 뻗어 있었다. 복도 양쪽으로 여러 갈래의 통로가 나뉘었지만, 그 입구마다 기묘한 빛이 깜박이고 있었다.

노란빛이 켜졌다가 사라졌다.

그 뒤로 보랏빛 막이 어른거렸다.

“마법 장벽인가?”

가레스가 물었다.

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

그녀는 손을 뻗으려다가 멈췄다.

“마력이 흐르는 방식이 너무 규칙적이야. 주문이라면 시전자의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그런 게 없어.”

“그럼 무엇이지?”

“모르겠어.”

미라의 목소리에는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저 빛은 아직 살아 있어.”

나는 방패를 들어 올리고 가장 가까운 갈림길로 다가갔다.

노란빛이 꺼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통로로 발을 내디뎠다.

처음 두 걸음 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

세 번째 걸음을 옮기는 순간,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빛이 터졌다.

“루나!”

가레스의 외침과 함께 전신을 찢는 충격이 갑옷을 관통했다. 숨이 막혔고 손가락이 제멋대로 굳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엘리안과 가레스가 양쪽 팔을 붙들어 복도 밖으로 끌어냈다.

빛이 사라지자 고통도 멎었다.

그러나 갑옷 안쪽에서는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엘리안이 곧바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기도와 함께 따뜻한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상처는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맞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주문도 아니고, 함정도 아니야.”

미라는 노란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종류는 아니야.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스스로 반복되고 있어.”

브람이 바닥과 벽을 살피더니 혀를 찼다.

“장치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군. 줄도 없고, 발판도 없어. 내가 해제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우리는 다른 길을 확인했다.

노란빛이 있는 통로는 전기와도 같은 충격을 내뿜었고, 보랏빛이 드리운 통로는 몸을 밀어냈다. 검으로 찔러도, 마법을 쏘아도, 방패로 밀어도 소용없었다.

지하 깊은 곳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갈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듯했다.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복도 가까이에 있는 방 두 개뿐이었다.

첫 번째 방의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브람이 가느다란 도구를 꺼내 잠시 움직이자 작은 금속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러나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벽도, 바닥도 텅 비어 있었다.

“이런 곳에 자물쇠까지 걸어둔 이유가 뭐지?”

가레스가 물었다.

브람은 문 안쪽을 살펴보았다.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던 게 아니라, 안에 있던 무언가가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일 수도 있지.”

그 말 이후 방 안의 어둠이 조금 더 짙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서둘러 나왔다.

두 번째 방에도 잠긴 문이 있었다. 첫 번째보다 복잡한 자물쇠였지만, 브람은 결국 그것을 열어냈다.

그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것은 괴물도 보물도 아니었다.

방 중앙에 낯선 물체가 서 있었다.

허리 높이의 사각 기둥이었다. 표면은 검은 유리처럼 매끄러웠고, 앞쪽에는 작은 빛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윗부분에는 손가락으로 누를 수 있을 것 같은 여러 개의 돌기가 있었다.

미라가 넋을 잃은 채 다가갔다.

“이건…… 대체 뭐지?”

“마법 물건이겠지.”

가레스가 말했다.

“아니.”

미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그런데도 움직이고 있어.”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자 검은 표면 위로 창백한 글자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숨을 죽였다.

글자는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형태였지만,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접근 부호를 입력하라.

“접근 부호?”

내가 소리 내어 읽었다.

그 아래에는 빈칸이 깜박이고 있었다.

“아가르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엘리안이 말했다.

“그가 이 도시의 마법사라면 이곳에 관해서도—”

“물어본다고 대답해줄 사람은 아니지.”

실렌이 잘라 말했다.

브람은 빛나는 돌기들을 살폈다.

“몇 글자를 넣어야 하는지는 알 수 있겠군.”

“건드리지 마.”

내가 말했지만 조금 늦었다.

브람이 돌기 하나를 눌렀다.

기둥에서 낮은 울림이 흘러나왔다. 빈칸 하나가 기호로 채워졌다.

“아직 아무 일도 없잖아.”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몇 개를 더 눌렀다.

마지막 기호가 들어가는 순간, 표면의 글자가 붉게 변했다.

접근 거부.

곧 방의 문이 저절로 닫혔다.

벽 안쪽에서 날카로운 긁힘이 들리더니, 바닥의 틈으로 검은 형체들이 기어 나왔다. 사람을 닮았지만 사람이 아닌 것들. 말라붙은 피부가 뼈에 달라붙은 시체들이 녹슨 무기를 들고 우리를 에워쌌다.

“다들 뒤로!”

나는 방패를 세우고 앞으로 나섰다.

첫 번째 시체의 칼날이 방패에 부딪혔다. 가레스가 옆에서 검을 휘둘러 놈의 팔을 잘라냈지만, 시체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남은 팔로 달려들었다.

“죽은 자들입니다!”

엘리안이 성표를 들어 올렸다.

그의 기도가 좁은 방을 울렸다. 밝은 빛이 터지며 시체 몇 구가 뒤로 밀려났다. 실렌의 화살이 한 놈의 눈구멍을 관통했고, 미라가 쏘아낸 불꽃이 다른 놈의 마른 옷을 태웠다.

하지만 방은 좁았고 적은 가까웠다.

시체 하나가 내 방패 아래로 파고들었다. 나는 검을 거꾸로 쥐고 놈의 목과 어깨 사이를 내리찍었다. 뼈가 부서졌지만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머리를 노려!”

브람이 외쳤다.

가레스의 검이 수평으로 번뜩였다.

마지막 시체의 머리가 바닥을 구른 뒤에야 문이 다시 열렸다.

검은 기둥에는 처음과 똑같은 문장이 떠 있었다.

접근 부호를 입력하라.

방금 전의 전투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브람이 피 묻은 단검을 닦으며 말했다.

“한 번 더 시도해보는 건 어때?”

우리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농담이야.”

그가 곧바로 덧붙였다.

나는 기둥에 적힌 글자를 지도 한쪽에 옮겨 적었다.

언젠가는 접근 부호를 알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에를리퀸의 지하는 답보다 질문만 남겼다.

도시로 돌아온 우리는 사원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식량을 보충했다. 다음 날 아침, 이번에는 성문 밖 B-1의 황야를 조사하기로 했다.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나무와 바위가 자연적인 벽을 이루어 시야를 가렸고, 긴 통로처럼 이어진 길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터가 나타나기도 했다. 지도에 한 칸을 채우기 위해 몇 배나 먼 거리를 돌아가야 했다.

숲속에는 우리 외에도 수많은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주인을 만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앞쪽 수풀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처음에 기병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들은 말 위에 탄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상체와 말의 몸을 지닌 전사들.

켄타우로스였다.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활을 들었다.

“엄폐해!”

실렌의 외침과 동시에 화살이 날아왔다.

첫 번째 화살은 내 방패에 꽂혔고, 두 번째는 가레스의 어깨를 스쳤다. 우리도 반격하려 했지만 켄타우로스 무리 뒤에서 한 존재가 기묘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낮고 반복적인 음이었다.

말의 발굽 소리처럼 일정한 리듬이 머릿속을 두드렸다.

갑자기 팔에 힘이 빠졌다.

방패가 무겁게 느껴졌고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정신…… 차려…….”

내 목소리조차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옆에서 브람이 무릎을 꿇었다. 미라는 주문을 외우려다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수면 마법이었다.

나는 혀끝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과 날카로운 통증 덕분에 잠시 정신이 돌아왔다.

“엘리안!”

내가 외쳤다.

그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간신히 기도를 읊었다. 희미한 빛이 우리를 감쌌고, 짓누르던 졸음이 조금씩 걷혔다.

그 순간 실렌의 활시위가 울렸다.

노래를 부르던 켄타우로스가 목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가레스와 나는 동시에 달려들었다.

접근전이 시작되자 전세가 바뀌었다. 켄타우로스들은 빨랐지만 좁은 숲길에서는 마음껏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방패로 앞다리를 밀어 균형을 무너뜨렸고, 가레스가 쓰러진 적을 처리했다.

마지막 켄타우로스가 도망친 뒤에도 우리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미라는 나무에 기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정말 잠들 뻔했어.”

“잠들었어.”

브람이 흙을 털며 말했다.

“코까지 골더군.”

“거짓말하지 마.”

“살아남았으니 됐지.”

나는 켄타우로스들이 사라진 숲을 바라보았다.

소르피갈 주변에서 싸웠던 괴물들과는 달랐다. 이곳의 적들은 무기를 다룰 줄 알았고, 서로 역할을 나누었으며, 우리를 무력화하는 마법까지 사용했다.

B-1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한 땅이었다.


며칠 동안 우리는 에를리퀸과 황야를 오갔다.

조금씩 지도를 넓혔고, 전투에서 얻은 경험을 도시의 훈련소에서 다듬었다. 갈 수 없는 길과 나중에 다시 확인해야 할 장소에는 별도의 표시를 남겼다.

북쪽 끝에서 우리는 거대한 구조물을 발견했다.

숲이 갑자기 끊긴 자리.

그곳에는 아무 벽도, 성문도 없었다. 다만 허공 한가운데에 돌로 만든 문틀 같은 것이 홀로 서 있었다.

문틀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맞은편의 숲이 아니었다.

별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빛이 검은 공간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보랏빛 구름이 천천히 소용돌이쳤고, 그 사이로 낯선 세계의 윤곽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문 앞의 돌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우리가 살아온 세계가 전부라고 믿었다. 바다 너머에 다른 대륙이 있고, 밤하늘의 별들 너머에는 신들의 영역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눈앞의 문은 그런 믿음을 비웃고 있었다.

미라가 홀린 듯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안 돼.”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느껴져?”

그녀가 속삭였다.

“마법이 아니야. 에를리퀸 지하에서 본 장치와 비슷해. 하지만 훨씬 거대해. 마치…… 세계 자체를 접어놓은 것 같아.”

가레스가 검을 뽑아 문틀 가까이 가져갔다. 검 끝이 경계에 닿자 푸른 섬광이 일었고, 강한 힘이 그를 뒤로 밀어냈다.

우리는 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아직은.

나는 지도에 그 위치를 표시했다. 하지만 장소의 이름을 적으려니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돌에 새겨진 문장을 그대로 옮겼다.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

아가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VARN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은 단순히 마법사와 왕들의 음모를 뜻하는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서쪽과 남쪽의 길도 살펴보았지만, 일부 통로는 들어서는 순간 뒤가 막혔다. 그 안에서는 잠시도 안전하게 쉴 수 없었다.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계속 나타나는 괴물들을 쓰러뜨리며 전진해야 했다.

우리는 몇 차례 도전했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

마법은 바닥났고, 부상자는 늘어났다. 결국 나는 후퇴를 명령했다.

“지금은 갈 수 없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도에는 미완성인 길이 점점 많아졌다.

전기로 막힌 지하 통로.

접근 부호를 요구하는 검은 장치.

통과할 수 없는 다른 세계의 문.

끝까지 조사하지 못한 위험한 길.

B-1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지만, 어느 것도 손에 넣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리는 황야 한가운데서 높은 성벽을 발견했다.

에를리퀸의 성벽보다 크고 두꺼웠다. 검은 돌로 쌓은 벽은 숲 위로 솟아 있었으며, 망루에는 깃발이 펄럭였다. 바람에 펼쳐진 깃발에는 두 개의 산봉우리를 형상화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성은 두 개였다.

북쪽에 하나.

동쪽에 하나.

두 성문 모두 무장한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나는 C-1에서 발견한 마차의 잔해를 떠올렸다. 오우거들과 싸운 뒤 그곳에서 손에 넣은 물건도.

상인의 통행증.

당시에는 그저 성과 도시를 드나들기 위한 증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증표를 사용할 때가 온 듯했다.

브람이 성벽을 올려다보았다.

“마법 장벽도, 정체불명의 빛도 아니군. 적어도 여긴 문이 있어.”

“문이 있다고 해서 우리를 들여보내 준다는 뜻은 아니야.”

실렌이 말했다.

가레스는 망루 위의 궁수들을 세었다.

“싸워서 들어갈 곳은 더더욱 아니고.”

나는 배낭에서 상인의 통행증을 꺼냈다.

오래된 문장이 새겨진 금속패가 햇빛을 받아 빛났다.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우리를 발견했다. 창끝이 일제히 우리 쪽을 향했다.

“신분을 밝혀라!”

병사의 외침이 숲을 울렸다.

나는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아가르의 임무는 우리를 더스크로 향하게 했다.

그러나 더스크로 가는 길을 찾는 동안 우리는 마법으로 봉인된 지하와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제, 길을 막고 선 거대한 성 앞에 도착했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일까.

나는 통행증을 든 채 성문 앞으로 걸어갔다.

“소르피갈에서 온 모험가들이다.”

병사들의 눈이 내 손에 들린 금속패로 향했다.

“블랙리지 성에 들어가고 싶다.”

그 순간, 성벽 너머에서 거대한 톱니바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너머로 횃불이 늘어선 긴 복도가 보였다.

그리고 복도 가장 안쪽, 어둠 속에서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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