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 — 블랙리지의 영주
성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였다.
오랜 세월 움직이지 않았던 문이 억지로 벌어지는 듯, 거대한 경첩이 낮게 비명을 질렀다. 문틈 너머로 드러난 것은 불빛이 드문 긴 통로였다. 양쪽 벽에는 검은 방패가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 있었고,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창을 든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가장 앞에 선 병사가 손을 내밀었다.
“통행증.”
나는 C-1의 부서진 마차에서 발견한 금속패를 건넸다.
병사는 앞면에 새겨진 문장과 뒷면의 작은 홈을 꼼꼼히 확인했다. 곁에 있던 병사가 우리 얼굴을 하나씩 살폈다.
“상인으로는 보이지 않는군.”
“상인이 아니니까.”
내 대답에 그의 손이 창 자루를 움켜쥐었다.
가레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지만, 나는 눈짓으로 그를 제지했다.
“하지만 이 통행증을 가진 자에게 성문을 열어주는 것이 이곳의 법이라고 들었다.”
병사의 시선이 다시 금속패로 향했다.
잠시 후 그는 그것을 내게 돌려주었다.
“통행증은 진품이다. 들어가도 좋다.”
그가 몸을 비키며 덧붙였다.
“여기는 블랙리지 남부 성이다. 북쪽에 있는 성과 혼동하지 마라. 두 성은 같은 이름을 쓰지만, 섬기는 주인은 다르다.”
나는 지도 한쪽에 적어놓았던 표시를 떠올렸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하나의 거대한 방어 시설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서로 떨어진 두 성이었던 모양이다.
“이곳의 주인은 누구지?”
내가 물었다.
병사의 입가에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이 떠올랐다.
존경이라기보다는 체념에 가까웠다.
“해커 경이시다.”
그 말을 끝으로 병사는 입을 다물었다.
우리는 성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성문이 닫혔다.
성의 내부는 기이할 정도로 대칭적이었다.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크기가 비슷한 방들이 줄지어 있었고, 서로 마주 보는 문들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지도를 그리기 쉬울 것 같았지만, 몇 차례 모퉁이를 돌자 오히려 방향감각이 흐려졌다.
어느 문을 열어도 비슷한 돌방.
어느 복도를 걸어도 똑같은 검은 벽과 횃불.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 같아.”
브람이 말했다.
그는 바닥에 작은 분필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침입자가 같은 곳을 계속 돌도록 말이지.”
“그렇다면 넌 좋아하겠군.”
실렌이 말했다.
“도둑들은 이런 구조에 익숙하지 않나?”
“아니. 도둑은 들어갈 길보다 나올 길을 먼저 찾지.”
브람은 우리가 지나온 통로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 성은 들어온 뒤부터 출구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쪽 방문이 열렸다.
무장한 병사 셋과 갑옷을 입은 괴한들이 뛰쳐나왔다. 성을 지키는 정규병처럼 보이지 않았다. 갑옷에는 아무 문장도 없었고, 눈빛은 이성을 잃은 듯 흐려져 있었다.
“침입자다!”
그들이 외쳤다.
“우리는 통행증을—”
가레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살이 날아왔다.
나는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았다. 실렌이 곧바로 반격했고, 브람은 벽에 몸을 붙인 채 적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좁은 복도에서는 숫자가 많은 쪽도 마음껏 움직일 수 없었다.
가레스와 내가 앞을 막는 동안 미라는 뒤쪽에서 주문을 준비했다. 그녀가 짧게 외친 말과 함께 적들의 발밑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 갑옷을 입은 사내가 고통에 몸부림쳤고, 실렌의 화살이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전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싸움이 끝났는데도 성의 병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전 우리를 들여보낸 경비병이라면 무기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이 성에서는 이런 일이 흔한가 봅니다.”
엘리안이 쓰러진 자를 살피며 말했다.
“아니면 경비병이 개입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겠지.”
“해커 경이라는 사람을 만나면 물어볼 게 많겠군.”
나는 검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했다.
이 성의 주인은 방문자가 살아서 자신에게 도달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었다.
우리는 바깥쪽 방부터 하나씩 살펴보았다.
대부분 비어 있었지만, 몇몇 문에는 복잡한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브람이 그중 하나를 열자 넓은 방이 나타났다.
방 한가운데에는 돌로 만든 낮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의 뚜껑은 이미 열려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안을 살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성 전체에 종소리가 울렸다.
댕—!
짧고 무거운 소리가 벽을 타고 퍼졌다.
곧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빈 금고다! 경보!”
“우리가 훔친 것도 없잖아!”
브람이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그 사실을 경비병들이 물어보고 칼을 휘두르면 좋겠군.”
실렌이 활을 들었다.
복도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우리는 방을 뛰쳐나와 몰려오는 병사들과 맞섰다. 이번에는 그 수가 훨씬 많았다. 전투가 끝났을 때 가레스의 팔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엘리안의 기도에 필요한 힘도 상당히 소모된 뒤였다.
“빈 금고에 경보를 걸어놓다니.”
미라가 숨을 몰아쉬었다.
“도둑을 잡으려는 게 아니라 경보를 울리려고 만든 금고 같아.”
브람이 말했다.
“내가 살던 뒷골목에도 그런 수법을 쓰는 사람이 있었지. 빈 주머니를 일부러 흘려두고, 주운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 돈을 뜯어내는 거야.”
나는 성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보물보다 빈방을 더 조심해야겠군.”
실제로 비슷한 금고가 성 곳곳에 있었다.
우리는 그 뒤로 금고를 발견해도 함부로 손대지 않았다. 그러나 문을 여는 것만으로 경보가 울리는 곳도 있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가 한참 뒤 적들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성의 위험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성의 가장자리로 이어진 통로 끝에서 은빛 글자가 새겨진 벽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식처럼 보였다. 그러나 먼지를 닦아내자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문자와 숫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위에는 작은 글씨로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은빛으로 새겨진 문장 C.
그리고 그 아래에는 뜻을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이어졌다.
IACI1-20NU–G,NOT2
미라가 글자를 읽고 한동안 침묵했다.
“무슨 뜻이지?”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주문의 문장도 아니고, 고대 엘프 문자도 아니야. 숫자와 기호가 한 문장 안에 섞여 있어.”
“암호 아닐까?”
실렌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만으로는 풀 수 없어.”
미라는 벽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이 문장은 앞이나 뒤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처럼 보여. 다른 장소에 이어지는 문장이 있을지도 몰라.”
나는 글자를 그대로 지도 여백에 베껴 적었다.
에를리퀸 지하에서 본 접근 부호도 떠올랐다.
이 세계에는 우리가 읽을 수 없는 말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고대어가 아니라,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체계의 언어처럼 보였다.
“은빛 문장 C.”
나는 글자 옆에 그렇게 적었다.
왜 C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것이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는 미라의 추측은 옳을지도 몰랐다.
A와 B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세 문장을 모았을 때 비로소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성의 남쪽을 조사하던 중, 우리는 또 하나의 잠긴 방을 발견했다.
브람이 자물쇠를 열었지만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안쪽에 무언가가 쓰러져 문을 막고 있었다.
가레스와 내가 어깨를 밀어붙이자 겨우 틈이 벌어졌다.
방 안에는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이 누워 있었다.
두 손과 두 발에는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고, 입은 천으로 막혀 있었다. 얼굴은 후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숨은 붙어 있었지만, 우리가 다가가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살아 있습니다.”
엘리안이 무릎을 꿇었다.
브람이 쇠사슬의 자물쇠를 살폈다.
“열 수 있어.”
“잠깐.”
실렌이 그를 막았다.
“누구인지도 모르잖아. 이런 곳에 갇혀 있다면 이유가 있을 거야.”
“해커 경이 무고한 사람을 가두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지.”
가레스가 말했다.
나는 포로 앞에 앉아 입을 막은 천을 풀어주었다.
“이름이 무엇이지?”
포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는 듯했다.
“왜 갇혀 있는 거지?”
이번에도 침묵뿐이었다.
하지만 망토 아래로 보이는 손목은 쇠사슬에 오래 쓸려 피와 딱지로 뒤덮여 있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선택해야 했다.
풀어준다.
고통을 더한다.
아니면 그대로 둔다.
나는 세 번째 선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브람.”
내가 말했다.
“열어줘.”
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물쇠가 하나씩 풀렸다. 마지막 족쇄가 바닥에 떨어지자 포로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엘리안이 물을 건네자 그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걸을 수 있겠습니까?”
엘리안이 물었다.
포로는 대답하지 않은 채 벽을 짚고 일어섰다.
후드 안쪽에서 얼굴을 보려 했지만, 어둠만 보였다.
그는 우리를 한 번 돌아본 뒤 비틀거리며 통로 밖으로 걸어갔다.
“보내도 괜찮을까?”
미라가 속삭였다.
“모르겠어.”
나는 바닥에 남은 쇠사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구인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묶어둘 수는 없었어.”
포로가 사라진 통로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성문까지 무사히 빠져나갔는지, 아니면 다른 비밀 통로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성의 북쪽 깊숙한 곳에서는 바닥이 기울어진 어두운 통로를 발견했다.
브람이 작은 돌을 굴려보았다.
돌은 아래쪽으로 빠르게 굴러가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멀리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미끄럼틀 같은 구조야.”
그가 말했다.
“끝은 성 밖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어디로?”
“그건 직접 내려가 봐야 알겠지.”
실렌이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한 번 내려가면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나는 지도에 위치를 표시했다.
지금은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성의 주인을 만나기도 전에 낯선 곳으로 떨어지는 것은 무모했다. 하지만 B-1을 탐색하면서 갈 수 없었던 지역이 있었다. 이 통로가 그곳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우리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마침내 중앙의 큰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창을 교차해 길을 막았다.
“해커 경을 뵙고 싶다.”
내가 말했다.
병사 한 명이 손을 내밀었다.
“상인의 통행증.”
나는 다시 금속패를 건넸다.
그들은 통행증을 확인한 뒤에야 창을 거두었다.
커다란 문이 열렸다.
그 너머는 왕의 알현실이라기보다 연금술사의 작업실에 가까웠다.
긴 탁자 위에는 크고 작은 유리병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붉은 액체가 끓어오르는 병도 있었고, 안쪽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병도 있었다. 천장에서는 말린 식물과 정체불명의 뼈가 매달려 있었다.
방 중앙의 거대한 솥에서는 녹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화려한 예복 위에 얼룩진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오랫동안 빗지 않은 듯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한 손에는 국자가 들려 있었다.
그가 우리를 보자 눈을 빛냈다.
“마침 잘 왔다!”
그의 목소리가 알현실을 울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환영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당신이 해커 경입니까?”
“그렇다. 그리고 자네들은 쓸 만한 모험가들처럼 보이는군.”
그는 우리 옷에 묻은 피와 먼지를 훑어보았다.
“성 안에서 제법 살아남은 모양이야. 그렇다면 내게 필요한 물건도 가져올 수 있겠지.”
“무슨 물건입니까?”
해커 경은 국자로 솥 안을 한 번 저었다.
녹색 거품이 터지면서 고약한 냄새가 퍼졌다.
“마늘.”
브람이 눈을 깜박였다.
“뭐라고요?”
“마늘을 가져오게.”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세상을 뒤흔들 위대한 혼합물에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지. 그리고 지금 내 혼합물에는 마늘이 부족해.”
가레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그를 보았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성을 탐색한 끝에 영주를 만났다.
그리고 그 영주가 내린 첫 번째 임무는 마늘이었다.
그때 엘리안이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혹시 이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가 말린 마늘 한 묶음을 꺼냈다. 여행 중 상처를 소독하고 음식의 냄새를 가리기 위해 소르피갈에서 사둔 것이었다.
해커 경은 국자를 내려놓고 마늘을 낚아채듯 받아갔다.
“바로 이것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마늘을 솥에 던졌다.
녹색 연기가 자주색으로 변했다. 솥 안에서 무언가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났지만, 해커 경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훌륭하군. 보상을 주지.”
그가 손을 흔들자 몸 안으로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아가르에게서 받았던 것과 비슷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더욱 분명한 힘으로 자리 잡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해커 경은 곧바로 다시 솥을 들여다보았다.
“다음 재료가 필요하군.”
브람이 불길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뭡니까?”
“울프스베인.”
엘리안이 가방을 뒤졌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어디에서 구할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것까지 내가 알아야 하나?”
해커 경이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필요한 것을 말했으니, 찾는 것은 자네들의 일이지. 가져오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게.”
그는 이미 우리에게서 관심을 거둔 채 솥을 젓기 시작했다.
“잠깐.”
내가 말했다.
“성의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해커 경의 국자가 잠시 멈췄다.
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 성에는 필요해서 가둔 자도 있고, 필요 없어질 때까지 가둔 자도 있다.”
“우리가 풀어주었습니다.”
이번에는 그가 어깨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 선택의 몫도 자네들이 지게 되겠군.”
“무슨 뜻이죠?”
해커 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울프스베인을 가져오게.”
알현실을 지키던 병사들이 다시 창을 들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허락되지 않았다.
성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해가 기울어 있었다.
붉은 노을이 검은 성벽 위에 걸려 있었다.
나는 지도에 오늘 발견한 장소들을 표시했다.
빈 금고와 경보.
은빛으로 새겨진 이해할 수 없는 문장.
정체를 알 수 없는 포로.
성 밖의 미지의 지역으로 이어지는 미끄럼 통로.
그리고 울프스베인을 요구하는 해커 경.
“이 성에 다시 와야겠군.”
가레스가 말했다.
“한두 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미라는 베껴 적은 은빛 문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다른 성에도 있을 거야. C라고 적힌 이상 A와 B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북쪽에도 블랙리지 성이 있다고 했지.”
실렌이 말했다.
나는 북쪽의 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같은 이름을 가진 또 하나의 성.
다른 영주.
그리고 어쩌면 또 다른 은빛 문장.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아가르가 맡긴 임무가 남아 있었다.
더스크의 텔고란에게 양피지를 전달해야 한다.
해커 경이 원하는 울프스베인의 행방도 알아내야 한다.
나는 지도를 접었다.
“에를리퀸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정비한 뒤 다음 길을 결정하자.”
우리는 성을 뒤로하고 숲길을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블랙리지 성의 모습은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높은 성벽 위에서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비병이었는지, 해커 경이었는지, 아니면 우리가 풀어준 포로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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