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편 — 오크림은 보고 있다

숲속의 건물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기묘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무너진 신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벽에 새겨진 문양은 신을 찬미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별과 원, 수많은 선이 서로 얽혀 있었고, 일정한 간격으로 숫자처럼 보이는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건물 대부분은 땅과 나무뿌리에 파묻혀 있었다. 지상에 남은 것은 부서진 기둥과 아래로 이어지는 돌계단뿐이었다.

입구 앞에는 안내판도, 장소의 이름도 없었다.

“인스펙트론 경이 찾고 있는 유적이 여기일까?”

미라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엘리안이 오래된 벽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의뢰를 받지 못했어요.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려도 인정해줄지는 모르겠군요.”

“의뢰를 받지 않았다고 유적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브람이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갈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몰라.”

우리가 나온 미끄럼 통로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절벽을 오를 장비도 부족했고, 주변의 숲은 기이하게 얽혀 있어 어느 방향으로 가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나는 미라에게 불빛을 부탁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고여 있었다.

소르피갈과 에를리퀸의 지하에서는 습기와 부패한 냄새가 났지만, 이곳에는 오히려 냄새가 없었다. 먼지조차 공중에 떠오르지 않았다.

벽은 검은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돌 사이에는 이음매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표면에는 손으로 그린 듯한 흰 선들이 이어져 있었다. 일부는 별자리처럼 보였고, 일부는 미라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마법진을 닮았다.

“오랫동안 버려진 곳은 아니야.”

미라가 말했다.

그녀의 불빛이 바닥을 비추었다.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발자국은 하나가 아니었다. 인간의 장화 자국 사이로 크고 둥근 발자국이 섞여 있었다. 발톱이나 발굽의 흔적은 없었다. 마치 거대한 기둥이 걸어 다닌 것처럼 깊고 무거운 자국이었다.

“거대한 도마뱀이라도 사는 건 아니겠지?”

브람이 말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어떤 것이든 우리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엘리안이 지팡이를 단단히 쥐었다.

우리는 발자국을 피해 안쪽으로 나아갔다.


첫 번째 방에는 오래된 책장이 늘어서 있었다.

책 대부분은 썩거나 재로 변해 있었지만, 돌로 만든 서판 몇 개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라가 글자를 읽어보려 했으나 우리가 아는 언어가 아니었다.

“아가르가 읽을 수 있을까?”

내가 물었다.

“어쩌면.”

미라는 서판의 표면을 손으로 훑었다.

“하지만 이것도 마법사의 글처럼 보이지 않아. 주문을 기록한 것이라면 마력의 흐름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글 자체는 아무 힘도 없어.”

“에를리퀸 지하의 장치와 비슷하다는 뜻이야?”

“모르겠어. 다만 이 세계에는 마법과 닮았지만 마법이 아닌 것들이 너무 많아.”

그 순간 책장 뒤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실렌이 가장 먼저 활을 들었다.

“뒤로 물러서!”

거대한 형체가 책장을 쓰러뜨리며 나타났다.

인간보다 훨씬 큰 도마뱀 같은 생물이었다. 두꺼운 피부 위로 오래된 금속 조각이 박혀 있었고, 목에는 끊어진 사슬이 걸려 있었다. 놈은 작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 뒤 입을 벌렸다.

그 뒤로 로브를 입은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얼굴은 해골처럼 말라 있었고, 손끝에는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마법사들이다!”

미라가 외쳤다.

도마뱀이 돌진했다.

나는 방패를 세웠지만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고 몸이 벽에 부딪혔다. 숨을 쉬기도 전에 놈의 발이 내 몸 위로 떨어졌다.

가레스가 옆에서 방패로 발을 밀어냈다.

“루나, 일어나!”

실렌의 화살이 도마뱀의 눈 근처에 박혔다. 놈이 고개를 흔들며 포효하는 동안 브람이 배 아래로 파고들어 단검을 찔렀다.

그러나 로브를 입은 자들이 주문을 완성했다.

푸른 섬광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미라가 즉시 방어 주문을 펼쳤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번개가 우리 사이를 튀어 다녔고, 엘리안과 실렌이 동시에 쓰러졌다.

“퇴로를 만들어!”

내가 외쳤다.

미라는 남아 있는 힘을 끌어모아 불꽃을 쏘았다. 책장과 썩은 종이들이 한꺼번에 타오르며 방 안에 불길이 솟았다.

우리는 불을 두려워한 도마뱀이 물러나는 틈을 타 복도로 빠져나왔다.

적들은 끝까지 쫓아오지 않았다.

마치 일정한 영역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불길 앞에서 우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엘리안이 정신을 되찾은 뒤, 우리는 잠시 쉬었다.

“입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이곳의 적들은 지금까지 만난 것과 수준이 달라요. 다음에는 살아서 도망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가레스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의 방패는 한가운데가 깊게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입구로 돌아간다 해도 숲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바깥에서 길을 찾다가 식량이 떨어지는 것보다, 이곳에서 다른 출구를 찾는 편이 나아.”

브람이 말했다.

“깊숙이 들어가지는 말고 외곽만 따라가자. 올라가는 계단이나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곳이 있을지도 몰라.”

나는 동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더 싸울 여력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대책 없이 숲에서 헤매는 것도 위험했다.

“전투는 피한다.”

내가 결정했다.

“길만 찾는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물러나.”

우리는 불타는 방을 피해 다른 통로로 향했다.


복도 끝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벽에 남긴 표시와 지도를 확인했지만, 외부로 이어지는 다른 통로는 찾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더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층은 첫 번째보다 훨씬 어두웠다.

미라가 만든 불빛도 몇 걸음 앞까지밖에 닿지 않았다. 통로 곳곳에서 낮은 속삭임이 들렸지만, 방향을 알아낼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서 사람 얼굴을 형상화한 석상이 나타났다.

눈은 감겨 있었고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내가 앞으로 지나가려는 순간, 돌로 된 눈꺼풀이 열렸다.

석상의 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검은 구멍만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던 입이 열렸다.

“오크림은 보고 있다.”

돌이 긁히는 듯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우리는 모두 무기를 들었다.

그러나 석상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오크림은 보고 있다.”

“오크림?”

내가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곳의 주인일 거야.”

미라가 낮게 말했다.

“혹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무언가.”

우리가 석상을 지나가자 눈이 천천히 감겼다.

하지만 그 뒤로도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벽 안쪽에서 미세한 소리가 따라왔다. 우리가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다른 무언가도 한 걸음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래층의 통로는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문을 열면 조금 전 지나온 곳으로 돌아왔고, 똑바로 걸었는데도 방향이 바뀌어 있었다. 어느 지점에서는 복도 전체가 회전한 것처럼 지도와 실제 방향이 맞지 않았다.

“방이 움직이고 있어.”

실렌이 말했다.

“우리가 도는 게 아니야. 벽이 돌아가고 있는 거야.”

브람이 분필로 바닥에 화살표를 그렸다.

잠시 후 같은 자리를 다시 지나왔을 때, 화살표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미라는 벽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마법이 아니야.”

그 말이 이제는 더 두렵게 들렸다.

마법이라면 최소한 누가, 어떤 원리로 만든 것인지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규칙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몇 번이나 길을 잃은 끝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또 다른 계단을 발견했다.

“같은 층으로 돌아가는 건가?”

가레스가 물었다.

“위로 간다면 뭐든 지금보다는 낫겠지.”

브람이 대답했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갔다.


다시 첫 번째 층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 들어왔던 구역은 아니었다.

벽과 바닥은 더 잘 보존되어 있었고, 곳곳에 보석이 박혀 있었다. 복도 끝에는 거대한 아치가 세워져 있었다.

아치 전체가 붉고 푸른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전능한 마법사 오크림의 거처.

통로 건너편에서 낮고 무거운 숨소리가 들렸다.

쿵.

바닥이 울렸다.

쿵.

우리가 지하에서 본 거대한 발자국의 주인이 안쪽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주문을 읊고 있었다.

미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안에 마법사들이 있어. 한둘이 아니야.”

가레스가 검을 고쳐 잡았다.

“오크림도?”

“아마도.”

나는 아치 너머를 바라보았다.

해커 경은 아직 오크림이라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인스펙트론 경의 의뢰도 받지 못했다. 우리는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 왜 찾아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준비도 목적도 없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돌아간다.”

내가 말했다.

가레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출구를 찾을 때까지. 하지만 저 문은 넘지 않아.”

안쪽에서 또 한 번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웠다.

우리는 아치에서 물러났다.


외부로 나가는 길을 찾는 동안 검고 흰 격자무늬로 뒤덮인 벽을 발견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완벽하게 반복되는 무늬였다.

브람이 벽을 두드려보았다.

“뒤쪽이 비어 있는 것 같아.”

그는 틈과 장치를 찾았지만 벽은 열리지 않았다. 미라가 주문을 사용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군.”

브람이 말했다.

“열쇠?”

“열쇠일 수도 있고, 이 무늬와 짝을 이루는 물건일 수도 있지.”

우리는 위치를 지도에 기록했다.

조금 떨어진 벽에는 금빛 글자로 또 하나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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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문장들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단어는 읽을 수 있었지만, 순서는 뒤죽박죽이었다.

“이번에는 금빛이야.”

미라가 문장을 베껴 적었다.

“이것도 여러 조각 중 하나일 거야.”

은빛 문장 A와 C.

그리고 이제 금빛 문장 하나.

VARN 곳곳에 흩어진 문장들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해체한 거대한 메시지처럼 보였다.


우리는 외곽 통로를 따라 이동하다 천장에 난 구멍을 발견했다.

그 위로 희미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가레스가 먼저 밧줄을 걸고 올라갔다. 잠시 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밖이다!”

우리는 차례로 지상을 향해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브람이 나온 뒤 밧줄을 회수했다.

그러나 바깥 풍경은 우리가 들어왔던 숲과 달랐다.

나무가 거의 없었다.

거친 바위와 낮은 관목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멀리에는 가파른 산맥이 보였다. 방향을 확인한 미라가 지도를 여러 번 들여다보았다.

“B-1이 아니야.”

“그럼 어디지?”

“남쪽이야. 우리는 지하를 통과해서 B-2로 나온 것 같아.”

B-2.

아직 우리가 한 번도 탐사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나는 주위를 살폈다.

우리가 나온 구멍은 바위 사이에 가려져 있었다. 반대편에서 찾으려 했다면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크림의 거처는 두 지역의 지하에 걸쳐 있었다.

입구는 고립된 B-1의 숲에 있었고, 또 다른 출구는 B-2의 황야로 이어졌다.

“적어도 갇히지는 않았군.”

브람이 말했다.

그 순간 멀리서 돌이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산기슭에 서 있던 석상들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든 거대한 돌 수호자들.

그들의 눈에서 붉은빛이 피어올랐다.

실렌이 활에 화살을 걸었다.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 같은데.”

돌 수호자들이 우리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지면이 울렸다.

나는 방패를 들었다.

오크림의 거처에서는 빠져나왔지만, 우리가 도착한 땅이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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